지난 26일 순국 107주년 기념을 맞은 안중근 의사. 사진 나무위키.
지난 26일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7주기였다. 그는 1909년 10월 26일 오전 중국 하얼빈역에서 국권 침탈의 원흉인 일본제국 조선 통감부 부장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 암살하고 “코레아 우라, 대한민국 만세”라는 의미 있는 말을 외친 뒤, 러시아 경찰에 붙잡혀 감옥에서 고초를 겪었다. 안중근 의사는 중국 뤼순 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1910년 3월 26일 순국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독립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지만, 유독 영화계에서 그의 자취를 찾기는 힘들다. 기껏해야 서세원이 제작한 <도마 안중근>(2004) 정도다. 왜 안중근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찾기 힘든 걸까. 그 비밀을 4인의 영화 평론가들이 토해냈다.
윤성은 영화 평론가.
■“오락성·역사성이란 두 마리 토끼”…윤성은 영화 평론가
“영화를 제작할 때는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게 돼요. 시대적 배경을 표현할 세트가 필요하니까 제작비도 많이 들죠. 또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하면 역사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생길 수 있어요. 인물을 너무 영웅화하면 미화했다는 평을 받게 되고, 어떤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도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평을 좌우하죠.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거예요. 프로파간다(선전선동) 영화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죠. 오락성이 감소하면 관객이 영화를 보고 너무 뻔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러니 자연스레 투자를 받거나 기획하기도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요. 영화계에선 이준익 감독의 <동주>라든지 개봉 예정인 <박열> 처럼 저예산으로 역사 영화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요. 이미 분위기는 만들어졌으니 조만간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동진 영화 평론가.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오동진 영화 평론가
“독립운동가를 다룬 작품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2015). 유영식 감독의 <아나키스트>(2000), 장윤현 감독의 영화 <가비>(2012),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 꽤 많은데 안중근 이야기는 많지 않네요. 아마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일 거예요. 저예산 영화로서는 안중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힘들 거예요. 역사극은 제작 규모가 만만치 않으니까요. 또 역사적 고통을 감독이 어떻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 그리고 그 작품을 받아들이는 시대적 분위기가 어떠하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암살>이 성공을 거두고 <아나키스트>, <가비>는 흥행에 실패한 건 작품의 완성도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상업영화로 안중근 그리기가 쉽지 않을 터”…정지욱 영화 평론가
“우리나라 독립운동계에서 주요인물인 안중근 의사에 관한 신조 있는 작품이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자주적인 영화 제작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영화가 아직은 상업성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다 보니 의미 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뮤지컬 같은 경우는 음악이라는 도구와 함께 안중근의 삶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니 제작됐지만, 영화는 달라요. 그만큼 흥행에 대한 자신이 없는 거죠, 공연계만큼 영화에도 과감한 투자나 시도가 없다는 건 우리가 반성 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평론가 전찬일
■“수준 이하 감독에게 중대한 프로젝트 맡긴 전력 탓”…전찬일 영화 평론가
“우리 영화계가 일제강점기 사건이나 인물 이야기를 영화화하기 시작한 건 사실 몇 년 안 돼요. 그동안은 영화 사업상의 이유로 크고 작은 부담이 있었거든요. 또 시도하더라도 흥행에 실패하거나 부진을 겪으면서 프로젝트를 지속시킬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요. 그 점에서 <암살>이나 <밀정> 등 흥행에 성공을 거둔 역사 영화의 영화사적 의미가 각별하다고 볼 수 있죠. 안중근 관련 영화가 제작되지 않는 건 2004년 배우 유오성이 주연한 서세원 감독의 <도마 안중근>의 참패가 결정적 패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봐요. 사실 안중근 이야기는 누가 만들더라도 핵심 사건이 뻔한데, 그 좋은 이야기를 말도 되지 않는 시도로 망쳐놨으니 말 다했죠. 재시도하기도 여의치 않고 누군가 또다시 기획하고 있더라도 추진이 쉽지 않을 거예요. ‘수준 이하의 감독’에게 중대한 프로젝트를 맡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정말 한심한 거죠. 영화감독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무지했던 집단이랄까요. 그래도 언젠간 괜찮은 기획제작자나 감독이 시도하지 않을까요? 지금 그 누군가 기획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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