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까지 보고 잠정하차했다가 오또쿠로 보고 1화씩 결제도 해서 찔끔찔끔 보다보니
하차의 제1원인이었던 도연서 파트가 빠르게 결론이 나는 걸 확인하고
나쁘지 않다 싶어서 조금 더 질러서 봤습니다.
오또쿠로는 계속 볼 거지만 앞으로 추가결제는 없을 것 같네요.
이 작품의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커다란 문제는 결국 이겁니다.
"커피사업 꼭 해야 했나?"
작가님이 가볍게 썼다고 보지는 않아요. 나름 자료조사는 많이 했고, 현실성도 없진 않습니다.
서울에 낸 1호점은 국내 고급커피 수요층의 형성 부족으로 초기에 거의 망조가 들었고,
미국의 커피취향 변화시기에 맞물린 스타벅스 급속팽창기를 틈타 거기서 먼저 성장하죠.
처음엔 승승장구하지만 회귀전과 달리 주인공의 등장에 따른 변화로 난관도 찾아오고요.
하지만 커피사업하는 틈틈이 주인공이 선물도 하고 주식도 굴리고 영화로 대박치는 걸 보면
꼭 커피사업을 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끊임없이 말이죠.
왜냐면 굳이 커피체인 만들어 고생고생하지 않아도 그 돈으로
주식, 선물, 영화투자 등으로 얼마든지 미친 수익율을 올릴 수 있거든요. 더 편하고, 더 안전하게.
오히려 커피사업에 투자된 돈 때문에 주인공의 행보가 계속 가로막히죠. 자금이 부족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독자들 머리 속에는 회의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커피사업 꼭 해야 했나?"
"그거 안 하고 그 자금으로 돈 굴리는 게 훨씬 더 나은 거 아닌가?"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거지?"
"커피에 그렇게 큰 애착을 가졌던 인물도 아니면서?"
백번 양보해서, 개인사업을 하는 건 인정한다고 쳐요. 변덕이든, 취미든, 고집이든.
백날천날 큰 사건 전후로 선물이나 해서 돈 벌고
대박기업 선점해서 기적의 투자자 되고 그런 것도 진부한 건 사실이니까.
이번엔
업종 선택이 문제
예요. 주인공 발목만 계속 잡으니까요.
커피체인 사업이라는 게 커피맛이랑 서비스, 인테리어, 타겟층 및 입지선정 같은 거 끝나면
그 뒤로는 그냥 자금 승부예요. 미친 듯이 돈 꼴아박아서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자가 이기는 겁니다.
이 업종의 문제는
첫째로 자금이 많이 묶이고, 둘째로 주인공의 다른 활동과 시너지가 전혀 없어요.
초기에 엄청난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나중에 빛을 볼 수 있다보니
주인공 가용자금 중 엄청난 비율이 커피사업에 묶여 있습니다.
그걸 미래정보 활용한 투자에 썼으면 돈이 돈을 낳는 기적이 벌어질 텐데 말이죠.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두번째로 다른 영역과 전혀 시너지가 발휘되질 않아요.
타 작품의 회귀한 기업가놈들이 맨날 IT 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이건 먹을 게 너무 많아요.
검색, 포탈, 온라인쇼핑, 결제, 커뮤니티, SNS, 광고업, 운영체제, 게임... 끝도 없죠.
커피사업은? 그냥 커피 팔고 끝이예요. 다른 게 없어요. 당장은 돈 잡아먹는 애물단지일 뿐이죠.
독자가 아니라 작가 관점에서 바라봐도 이 작품은
커피사업과 그 외 활동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는 거예요.
이런 단점을 모두 상쇄할 만큼의
당위성을 독자에게 제시
해줘야 납득하고 읽을 텐데,
안타깝게도 '다시 살다'는 그 점에서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죠.
신도시 정보를 알고 있다는 이점을 살리려고 땅을 사다보니 건설회사를 매입하게 되고,
거기 딸려온 건물을 활용하려다보니 1층에 커피샵을 차리게 되고,
커피샵 꾸미는 과정에서 전생에 커피매니아 상사와 어울리며 얻었던 지식을 활용하게 되고,
그렇게 커피샵을 굴리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면서 갑자기 커피사업 진출을 결심...
전생을 돌이켜보니 스타벅스가 시가총액 100조의 거대 커피체인이 됨을 기억하고 사업전망을 확신...
이게 작가님이 제시한 의사결정 과정인데, 누가 봐도 이건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한줄 요약하면
'상황따라 흘러가다보니 커피사업이 괜찮아보여서 그거 함'
이거든요.
커피샵 굴리며 재밌었으면 그냥 그거만 굴리지 왜 커피체인 사업에 올인하냐고요.
미래에 스벅 커지는 건 알겠지만 미래정보 빠방한 놈이 수십 년 돈 굴리면 더 편하고 빠르게 벌 수 있는데.
남는 시간에 취미생활로 커피샵 하나 굴리며 여유를 만끽하고 평소엔 딴 거 하면 되잖아...
제가 안타깝게 여기는 건,
그렇게 커피사업을 쓰고 싶었으면
사전에 좀 더 설득력을 확보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회귀전 주인공 직업을 증권맨+주식중독자가 아닌 스벅의 국내 총괄매니저 쯤으로 설정해 봅시다.
커피에 죽고 못사는 매니아였고, 다른 데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스벅 하나에 헌신한 인생이라면?
그러면 훨씬 더 설득력이 생기잖아요.
적어도 주식하다 인생 말아먹은 증권맨이 뜬금없이 커피사업 하는 거 보다야.
아니면 주인공이 나비효과 신봉자라서 자기의 미래정보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다면 어떨까요.
큰 거 몇 탕은 해먹을 수 있겠지만 그 뒤론 급격한 나비효과로 더이상 이득을 볼 수 없다고 믿는다면.
그러면 안정적인 사업 하나를 붙잡고 그거 집중적으로 키워서
확실하게 거부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겠죠.
근데 '다시 살다'는 이도 저도 아닌, 너무나 애매한 선택을 하고 말았어요.
커피사업을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없고, 커피사업 자체가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보니
작품의 주요소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지울 수가 없는 거죠.
결국은 작가님이 글의 방향성을 처음부터 잘못 설정했다고밖엔 평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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